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물을 중개합니다
해당국가 : 일본
리서치팀 : 서울소셜스탠다드
직업구분 : 부동산 중개업
건축가가 설계한 실험적인 소형 주택과 오피스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사를 일본에서는 통칭 ‘디자이너스 맨션’이라고 부르는데요. 얼리 에이지는 이런 디자이너스 맨션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부동산 매물 사이트 운영과 부동산 관리와 개발, 중개까지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입니다. 집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고 섬세해지면서, 건축가가 지은 건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효과적인 자산 투자와 관리의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주택용으로 여겨지지 않는 협소하고 특이한 형상의 대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건축가와 협력해 기획한 개성있는 건물로 가치의 역전을 노려왔는데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 특수한 부동산의 카테고리를 다루는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개발한 매물의 소개를 위한 매체를 만들고 직접 중개를 했습니다.
1993년에 시작된 이 일은 ‘건축가와의 협업에 의해 지어진 멋진 건물의 개발과 관리, 중개’라는, 현재의 일본 주택 시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다소 오래된 컨셉트를 실천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건물의 형태가 중요했던 ‘폼(form)의 시대’ 였다면 지금은 건물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간의 관계와 커뮤니티가 주목받는 ‘소통의 시대’ 로 장소에 대해 요구하는 가치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건축가의 자기표현이 반영된 건물이 보편성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건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담보하는지)에 대한 일본 부동산 시장의 의문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다양화하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이 직업이 가능했었던 배경은 이렇습니다. 2000년대 초, 일본의 주택 시장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 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었는데요. 특히 ‘건축가가 설계한 개성적인 공간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소망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건축가가 자기 표현을 위한 특이하고 멋진 건물을 지어오기는 했지만, 그것은 한정된 유복한 계층의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같은 시기의 IT버블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어떤 건축가가 있는지, 그 건축가가 지은 집은 어떤 것이 있는지, 건축가에게 집을 의뢰를 하려면 어떤 절차와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벽이 낮아졌고, 일반인들이 건축가에게 접근하기가 보다 쉬워졌습니다. 동시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건축 잡지(펜, 브루터스 카사 등)가 등장하고, 건축가가 지은 집에 찾아가보는 방송이 유행하는 등 매스미디어 또한 건축에 흥미를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건축가가 지은 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통상적인 부동산 매물 정보의 소개 형식으로는 건축가가 지은 집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건축가가 지은 집’ 을 카테고리화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동산 매물 소개 미디어 + 중개업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얼리 에이지가 등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막 부동산 버블이 꺼지려 하면서 주택에 대해 재산의 가치보다 개성적인 거주의 가치를 요구하기 시작한 상황에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2010년대의 한국에서는 얼리 에이지가 유효한 수요를 낳을 수 있는 관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얼리 에이지’라는 표현대로 시작 당시에는 건축가와 협업에 의해 건물을 개발하고 그러한 건물들을 웹을 통해 중개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선진적인 시대’를 여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 지속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지속가능한 혁신이 있는가 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명하는 트렌디한 혁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효한 사회의 흐름을 포착해 혁신적인 일을 만든 후에도, 그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미지 출처 및 참고 자료 www.early-age.co.jp/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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