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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Story/히든 워크 100

[hidden work 084]시네마코핀

늘 ‘스탠바이’ 상태인 다큐멘터리 프로덕션 매니저

 

interviewee : CINEMA COFFIN 프로덕션 매니저 김태훈 님

interviewer : 텔렛투비

일시 및 장소 : 2012년 5월 23일

직업 구분 : 프로덕션 매니저

 

국내의 독립다큐멘터리 시장은 크지 않아 투자가 녹록치 않은데요. 대부분 방송사의 외주제작사 형태를 띠어 작품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방송사 외주제작사의 경우 저작권을 송출 하는 방송사가 독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방송사와 계약할 경우 자신의 작품을 차후 해외 마켓 등에 팔거나 다른 곳에서 상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데요. 박봉남 감독의 'Iron Crow'나 이상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 최근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IDFA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받은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 등이 그러합니다. 이 중 ‘달팽이의 별’ 은, 국내 선투자와 EIDF 사전제작지원 및 선댄스 다큐멘터리 펀드와 시네리치, 핀란드 공영방송과 NHK 투자 등 해외 투자를 받아 진행되었는데 이는 이례적인 경우인데요. 국내 다큐 시장의 협소함과 방송사와의 저작권 문제를 극복하고 해외 투자를 통해 작품을 만들고 이를 해외 마켓으로 팔아 다큐멘터리 시장의 새로운 출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달팽이의 별’에서 조연출을 맡은 김태훈씨는 현재 다큐멘터리 프로덕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가 생각하는 다큐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다큐가 극영화와 다른 점은 1, 2, 3인칭으로 주제들을 바라보는 거에요. 우린 작품에서 본인 스스로의 삶을 담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고. 본인이 살아가는 삶을 담아내는 게 1인칭이에요. 2인칭이라는 건 카메라가 주인공과 호흡을 하는 부분이 있죠. 질문도 하고, 카메라에 대답도 하는 상대역으로. 그리고 주인공과 주인공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그건 진짜잖아요. 3인칭이라는 건 이 작품이 나왔을 때 관객들이 이걸 보고 판단하는 거죠.”

 

그는 한국에서 방송 다큐멘터리를 하며 현장에서 괴리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소위 말해서 상품은 만드는데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 때문인데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은 우리나라 감독 모두에게 있지만 논리적으로 구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현재 프로덕션 매니저라는 특수성을 가진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나라 다큐 독립 제작사 98%는 전부 방송국 PD출신이라고 하는데요. 그들이 뜻을 같이 하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건데, 방송PD들은 그 틀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프로듀서라는 개념이란 게 거기에서 안서는 건데요. 제작비를 방송사에서 대기 때문에 기획해서 찍으면 되니까 돈을 어디서 끌어와야 될지를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는 프로듀서의 첫 번째 수완이고 자질이 제작비 마련하기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우물을 파놓을 시도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작비를 끌어올 시장이란 게 없어 대형 제작사나 기획사, 대기업, 방송사, 언론사들 등 매번 하는 데서만 하게 되는 점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큐의 매력에 대해 꿈꾸듯 말합니다.

 

“다큐는 발로 뛰면서 함께 호흡하는 거에요. 함께 작업 하는 동안 스텝들은 작품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공유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의 삶을 삶의 모습을 통해서 대화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는 거잖아요. 같은 기간 동안 컴퓨터 책상에서 화면을 보며 일을 했던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했죠. 저는 그거는 월급 몇 백으로 살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볼 수 있는 뭔가가 남는다는 거. 물질적으로도 마음에도 남는다는 거. 그게 가장 큰 매력.”

 

그는 국내 방송사들과 외주 제작사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일자리는 수년 내에 늘어나거나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나 이미 작품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경험을 만들어 가는 중이기 때문에 수 십 년 후에는 프로덕션 매니저라는 직업은 활성화 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 제공 : 텔렛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