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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Story/별별 에피소드

【동행취재기】옥인동 156-7 번지 옥인상점 설재우 님

사람은 마음속으로 심플한 삶을 꿈꾼다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은 유투브 세대의 어린 학생들에게 독특한 과제를 내줬다.

 

‘들판에 가서 앉았다 올 것’

 

아이들은 의문을 품으며 말도 안되는 숙제를 하러 동네의 들판으로 나가 앉았다고 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리고 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이상한(!) 숙제를 내 준 것일까.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들판에 앉아있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심지어 자신을 돌아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너무 많은 정보와 놀이에 정작 자신을 돌아보거나 생각할 시간이 없음을 알고 이런 과제를 내줬던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서 따로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에게 그 경험은 낯설고 값진 것이었으리라. 내게 옥인동도 이런저런 잡생각과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아이들의 벌판 같은 곳이었다.

 

 

 

난생 처음 오게된 옥인동(경복궁 서쪽에 위치해 서촌이라고도 불린다)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고 느린 동네였다. 서울 한 복판에 있음에도 숨 막힐 듯 빽빽한 마천루 숲 없이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정겨움을 드러내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청년취재단 ‘부동산, 서울’과 함께 옥인동의 터주대감 설재우님을 만났다. 고집과 개성이 묻어나는 그는 점점 복잡하고 급변하는 현시대를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어 했다. 아니 그런 심플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심플하게 살아가면 느껴지는 게 훨씬 많다며 서촌이야말로 그런 곳이노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살 때 정보가 없는 게 좋았단다. 아프리카에서는 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직접 만들게 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말라위의 풍차소년이 전기가 없자, 풍차로 만들어 마을에 무료 전기를 공급 하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가능한 것일 터.

 

“우리나라는 물건을 사기 전에 사고를 너무 많이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현명한 소비는 하겠지만 현명한 삶은 아닌 것 같다.”

 

 

그의 탄식에 핸드폰 케이스 하나 사면서도 하루 반나절 이상을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부동산 중개’를 리디자인 하고자 하는‘부동산, 서울’은 설재우님의 서촌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관심을 보며 집 자체 보다 집밖의 유대관계가 더 중요함을 느꼈으리라. 인터뷰를 마친 그네들은 취재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자신들이 하려는 일에 대해 위로를 받았고, 방향을 보았으며, 또 다른 가치를 생각하게 했노라고 했다.

 

 

 

“공간이 정신을 낳는다”고 했던 설재우님의 말처럼 정말 필요한 건 기능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집이기도 하고, 집 근처 골목길이나 도서관, 언덕, 가게와 같은 주변 환경이리라.

 

세월의 추억을 오롯이 품은 옥인동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먹고 살기 위해 복잡하고 빠른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심플한 삶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