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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Story/히든 워크 100

[hidden work 011]길종상가

‘일이며 일상이고 취미인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다

 

interviewee : 길종상가 박길종 대표

interviewer : 부동산, 서울
일시 및 장소 : 2012년 5월 한남동 길종상사

 

“사람마다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다릅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길종상가를 온라인에서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길종상가는 목공소이자 상점이다. 온라인을 시작으로 한남동에 온갖 사람들이 드나드는 오프라인 길종상가를 연 박길종 님. 요즘 그는 온통 길종상가 생각 밖에 없습니다. 그에 말을 빌리면 “이것이 바로 일이고 일상이고 취미.”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동안 나눈 대화는 “제육 덮밥이요”

목공일을 하는 것은 길종상가 목공소의 일이 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길종상가 온라인 홈페이지 관리하고, 이렇게 모든 일상이 길종상가가 되어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같은 경우는 목공일에 집중하며 하루에 보는 사람은 식당아줌마, 그리고 하루 동안 나눈 대화는 “제육 덮밥이요”가 전부인 일상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작업에만 집중할 때도 있었습니다. 가구는 혼자만의 작업입니다. 디자인 및 제작 배송 설치를 다 혼자 작업하였습니다.

 

 

졸업 후 목공 DIY아카데미에서 아르바이트로 배운 목공 일이 직업이 되었고 1년 정도의 기간을 거처 가구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러고 보면 즐겁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버드대 강연에서 말했던 “현재의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든 미래와 연결이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길종상가에서는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해온 모든 것을 이용하여 일을 진행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과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정리하기 위하여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그 중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이 바로 인력사무소 일입니다. 인력사무소일은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그동안 해온 일을 바탕으로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했었던 일과 해온 일을 정리하여 보여주는 작업이었습니다.

 

길종상가 자세히 들여다 보기

이렇게 길종상가는 박길종이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기존의 똑같은 구성과 지루한 분류 그리고 영어로 된 메뉴들이 아닌 좀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구성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다,판다 등 어떠한 관점에서는 조금은 유치할 수 도 있지만, 영어가 아닌 쉬운 단어, 그리고 그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구성했습니다. 길종상가 역시 -market, -store, -land 등 세련되어 보이는 단어보다 자연스러운 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길종상가에 입점해 있는 상점을 주문한 사람의 특성을 반영하여 직접 디자인 제작 운송 설치까지 하는 한다 목공소, 지구의 모든 만물을 취급하는 있다 만물상,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일손이 부족할 때 적절한 금액으로 믿고 맡기실 수 있는 서비스 간다 일력사무소, 그 외 203호 밝다 조명, 205호 판다 화랑, 211호 꿰다 직물점, 407호 살다 노인정, 701호 걷다 사진관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구의 가격을 책정하는 일

그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가격을 책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만물상 물건들은 비록 기성품이지만 보기 흔치 않은 물건들입니다. 저희가 발품을 팔아서 열심히 찾아온 물건입니다. 목공소 물건도 마찬가지이고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구를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에 대한 자존심이 아닙니다. 힘들게 배워온 기술이나 경험을 헐값에 팔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이 판매를 하게 된다면 저희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또 이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지속가능한 행복한 일터를 꿈꾸며 건강한 작업을 하고 있을 박길종 님, 그리고 그와 사람들의 길종상가가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으면 합니다.

 

사진 제공 : 부동산, 서울 / 길종상가 http://bellroad.1px.kr/